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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나타난 천재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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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5-10-04 22:16 조회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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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나타난 천재 통역사?


곽중철 ㅣ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필자는 지난 2020 1월 말 모 일간지에 초대 한국인 통역사가 본 봉준호 통역사최성재라는 글을 기고한 바 있고, 그 글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지난 20년 수많은 제자를 가르치면서 소수의 타고난통역사를 보는 것은 인생의 즐거움이었다. 필자는 최씨의 통역을 지켜보면서 다음에는 또 어떤 타고난 통역사가 나타날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 것이다.”

 

거의 6년이 흐른 후 지난 10 1, 이번의 천재 통역사는 미국 오픈 AI CEO인 샘 알트만의 수행통역으로 나타났고, 그 상대는 이재명 대통령이었다. 그녀의 용산 대통령실 통역 장면이 유투브에 소개되자 게시판은 그녀를 찬양하는 댓글로 난리가 났고, 아마도 지금 쯤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가히 2의 샤론 최가 된 것이다. 희한한 것은 아무도 그녀를 모른다는 사실이었는데 필자는 휴대폰을 뒤진 결과 그가 약 10년 전에 한국외대 통역 대학원을 나온 제자 홍희정임을 알아내고 통화에 성공했다. 졸업 후 SK에 근무하다가 프리랜스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의 출현이 큰 관심을 끈 이유는 이 대통령을 통역한 통역사들이 국내 영어 애호가들(?)의 성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맨 처음 차출된 윤석렬 전 대통령의 통역관이 이렇다할 평가를 못 받았고, 새로 낙점된 통역관은 더 기대에 차지 못하자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근 5년 통역했던 통역관이 눈물을 머금고 다시 차출된 상태이다.      

최근의 관련 여론은 한 마디로 외교부 관리가 아닌, 전문 통역사를 써라라는 것이다.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나이 지긋한 의전 수석이 통역을 전담했는데, 조상호, 김병훈, 노창희 씨 등이 그들이다. 그 중에서 영국대사를 지낸 노창희씨와 김영삼 대통령을 통역한 박진 전 외교장관이 외교부 출신으로 대를 이었고, 김대중 대통령은 국회에서 강경화 국회의장 통역관(현 주미대사)를 발탁해 대통령 여성 통역사 시대를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에 이번에 다시 차출된 김종민 외교관이 문재인을, 뒤를 이은 김원집이 윤석렬을 통역하고 임지에 있다가 불려와 문재인을 잠깐 통역했고, 후임으로 낙점된 조영민은 미국 출장 후 불명예 퇴진했다. 지금은 김종민이 다시 이재명을 통역하고 있지만 대통령 통역은 외교관들이 기피하는 자리라는 게 문제다. 김종민도 통역을 할 군번이 아니다.

외교부에서는 대통령 통역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자존심때문에 외부에 양보하기 싫어 적임자를 간택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떨떠름하다. “잘해야 본전이고, 임무를 마치고 떠날 때 괜찮은 해외 임지를 받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김원집도 가족과 함께 인도네시아에 근무 중이다.)

세상 어디에도 외교관이 그 나라 원수를 전담 통역하는 나라는 없다. 대부분 외교부에서 프리랜스를 고용한다. 미 국무부에는 통역국이 따로 있고, 일 외무성에는 각 부서에 해당 외국어를 통역하는 계약직원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대통령이나 총리의 통역은 나이 지긋한 고참들이 맡는다. 그럼에도 지난 4월에는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Giorgia Meloni)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회동 중, 이탈리아어 통역사가 통역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해 멜로니가 직접 영어로 자신의 발언을 다시 통역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백악관에서 이탈리아어 통역이 말썽난 날로 보도된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우리 외교부에도 영어를 제외한 외국어를 전담하는 통번역사들이 있어 대통령 등 고위인사들의 통역에 수시로 동원된다. 대통령 통역을 제외하고 유독 영어만 외교관이 대통령 통역을 맡는 것은 외교관이라면 모두 영어는 구사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자존심 때문일 수도 있다.

이번 알트만의 통역은 SK 최태원 회장이 이재용 삼성회장과 함께 초청해 청와대 예방을 했기에 SK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한국외대 통역대학원 34기 출신의 홍희정을 초빙한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대통령 말씀만 우리 측 외교관이 통역을 담당하고 홍희정은 알트만은 순차로, 두 한국인 회장의 한국어 발언은 동시로 즉석 통역해 시간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깔끔한 의사 소통을 가능하게 한 것을 치하하고 싶다.    

홍희정은 대통령 앞에서도 쫄지 않고 불꽃처럼 타오르는 기상으로 대통령과 눈을 맞추는 기상이 통역사의 자질을 타고 났다. 그녀에게 격려를 보낸다. 다음에는 어느 제자가 또 필자와 세상을 놀라게 할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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